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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 핵과학자 파흐리자데 암살-배후에 이스라엘, 미국?-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봉화사랑 2020. 12. 5. 23:05

파흐리자데는 이란 국방혁신연구소(SPND)에서 핵개발 프로그램 ‘아마드 프로젝트’(1999~2003)를 진두지휘한 최고 책임자이고 국방부 차관이자 핵과학자였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파흐리자데는 고도의 보안 아래 최근까지도 그의 신변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그림자처럼 살았으며, 유엔(국제원자력기구 IAEA를 의미함)의 핵사찰단도 접근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가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란 외부에서는 그의 얼굴을 확실히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2020년 11월27일 오후 2시 정도(이하 현지시각)에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마을의 한 도로에서 요란한 총성과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이란의 저명한 핵과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62)를 노린 암살범들의 공격이었다. 

차량 행렬이 회전식 교차로에 진입하는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총탄이 날아들어 탑승자들은 급하게 차량 밖으로 피신했지만 쏟아지는 총탄을 피할수 없었다.

 

사건 다음날인 11월28일,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파흐리자데를 앞세운 이란의 핵무기에 대한 열망은 너무나 위협적이었으며, 세계는 이스라엘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월2일엔 미국의 한 고위 관리가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이스라엘은 작전 시행 전에 목표물이나 은밀한 작전에 관해 미국과 정보를 공유해왔다”며 “이번에 암살된 파흐리자데는 이스라엘의 목표물이었다”고 밝혔다.

암살자들은 파흐리자데의 인물 정보는 물론 이동 경로까지 미리 파악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란 내부의 협력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란 당국은 반체제 망명 그룹 ‘무자헤딘 에 칼크’(MEK)를 이스라엘의 공모자로 지목했다.

이 단체는 이란이 친미 팔레비 왕정 시절이던 1965년 이슬람 좌파 세력이 결성한 민주화운동 조직이었다.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공화국 혁명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혁명 이후 첫 대통령선거에서 입후보를 금지당하고 탄압받자 반체제 무장투쟁 조직으로 변신했다.

이란은 테러의 배후가 이스라엘과 미국이라고 주장한다.

11월30일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현장에서 수습한 무기 잔해 일부에 이스라엘 방산업체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뉴스통신 도 “이스라엘이 사전 정보와 미국 지원 없이 그처럼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전했다.

 

범행은 시나리오가 잘 짜인 첩보영화 같았다.

이란 당국 발표와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 당시 파흐리자데는 아내와 함께 방탄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무장 경호 차량 2대가 앞뒤에서 호위했다. 경호원이 탄 차량 3대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총격 원점은 약 150m나 떨어진 곳에 세워진 픽업트럭이었다. 트럭에 설치된 기관총은 무인 원격조종으로 작동했다고 한다. 

차량은 총격을 끝낸 뒤 자폭 장치로 폭파됐다. 불과 3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파흐리자데와 경호원 등 2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매체는 “모사드(Mossad·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가 유엔의 요주의 인물 리스트를 통해 파흐리자데의 이름 등 신상 정보를 입수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보도의 사실 여부는 대부분 공식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추정할 만한 단서는 적지 않다.

2018년 4월, 이스라엘은 이란 핵개발 관련 기밀 자료를 다량 확보했다며 일부를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언론 브리핑에 나서서 관련 문서와 사진을 보여주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파흐리자데의 얼굴 사진을 슬라이드 영상으로 띄우고 “이란의 아마드 프로젝트를 지휘했던 인물이 국방혁신연구소를 이끌며 특수 임무를 계속 수행 중”이라며 “그 이름을 기억하라, 파흐리자데”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스라엘 총리의 공개 영상을 보면 아니라는 반박에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내부의 비공개 인물을 핵개발 지휘자로 공개 지목하고 이름을 기억하라고까지 한 것은 ‘후속 작전’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모사드1949년 설립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으로 비밀공작 대테러 활동 등을 수행하는 정보기관으로 정식 명칭은  이스라엘의 비밀정보기관 ‘정보 및 특수임무연구소(haMossadleModiinuleTafkidimMeyuhadim)’이다.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했다.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순교자 파흐리자데의 암살에 응분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자국의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핵프로그램이 핵무기 개발과 상관없는 평화적 에너지 활용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핵개발이 국방부 산하 기관에서 수행된 점, 파흐리자데가 이란 최정예군인 혁명수비대 준장 직급으로 삼엄한 경호를 받았다는 점에 비춰 이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란 핵물리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당한 현장의 자동차

2012년 1월 11일 오전 8시 30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도심 한복판에서 은색 푸조 405승용차 한 대가 교통 정체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정차한 사이 오토바이를 탄 괴한 2명이 접근하여 뒷좌석에 탄 괴한이 승용차 옆면에 무엇인가를 부착한 후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정확히 9초후 승용차가 폭발하는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서 숨진 인물은 이란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 있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의 부책임자인 무스타파 아흐마디 로샨 테헤란 공과대학 핵물리학 교수였다.

승용차에 부착된 것은 소형 자석 폭탄으로 로샨 교수가 테헤란 자택에서 출발할 때부터 미행하였고 범인들인 치밀하게 사전 답사를 통한 교통체증이 있는 시간과 지점을 미리 알고 폭탄을 부착하는 바람에 승용차에 탔던 경호원조차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7월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가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핵합의안(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성사시켰다.

네타냐후 총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끈 이란 핵 합의를 거세게 비판했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줄곧 냉각된 관계를 유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핵 합의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총리는  "이란의 위협, 무엇보다도 이란이 서명한 나쁜 핵 협상에 반영된 위협을 멈추는 것이 계속 이스라엘의 최고 목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이란과의 핵 합의를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하면서 폐기하거나 미국이 이득을 얻는 방향으로 재협상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과학자를 암살하거나 기밀 시설을 침투하는 공작을 벌여왔다.

중동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은 가장 적대적인 관계로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대칭적인 전력을 갖게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란에서 이스라엘 소행으로 보이는 핵과학자·군부요인 암살(시도)은 2007년 이후 최근까지 10여 차례다. 이란 핵개발 재개 의혹이 불거진 2010~2012년에만 이란 핵과학자 5명이 암살 표적에 올라 4명이 숨지고 1명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2020년 벽두인 1월3일엔 이란 혁명수비대 최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국의 드론 표적 공습으로 폭사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이란 핵협정 파기에 이은 이란 핵과학자 암살로,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과 대립은 당분간 더욱 격화할 조짐이다.

당장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12월1일 우라늄 농축 수준을 20%로 상향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사그라드는 중동 평화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바 있는데 바이든은 12월2일 <뉴욕타임스>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렵겠지만, 이란이 핵협정 의무를 다시 이행한다면 미국도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2015년 이란 핵협정을 여전히 지지한다고도 했다.

2021년 1월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는 최근 4년간의 트럼프 시절과 다를 테니, 이란은 우라늄 농축 등 사태를 악화하는 행동을 멈추라는 메시지라고 전달했다.